농사일이든 정원일이든 여러 '일'이 있고, 여러 일에 걸맞는 '도구'가 있다.
나는 그중 레이크로 땅을 고르는 일이 가장 좋다. 땅을 평평하게 고르다 보면, 어느새 내 마음도 평안하고도 차분하게 일구어져 있다. 그러고 보니, 농사 일에 따라, 쓰는 도구에 따라, 마음이 따라 움직이곤 한다.
삽질을 할 때는 씩씩해지고, 포크질을 할 때는 용감해진다. 낫질을 할 때는 시원해지고, 호미질을 할 때는 순해진다.
땅에 엎드려 김을 맬때는 겸손해지고, 김을 매다 어린 싹을 부러뜨렸을 때는 울고 싶어진다. 작물을 심을 때는 기다려지고, 작물을 거둘 때는 감사해진다. 그러고 보니 그렇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