본문 바로가기

'꽃 처럼 열심'

작업일지_07.22(수)

고장난 예치기 덕에..

새벽녘, 비는 내리지 않지만 날이 무겁고 축축하다. 오늘은 아니 오늘'도' 풀을 베었다.

예치기가 고장나 오른 손 낫과 왼손 낫을 번걸아 바꾸어가며 풀을 베었다.


예치기는 빠르고 쉽게 풀을 베지만, '굉음'을 낸다. 그 소리가 어찌 크고 시끄러운지 사방 100미터는 물론이려니와 200~300미터까지 소리가 들린다. 새벽녁 아직 6시도 되지 않은 시간에 그런 '굉음'을 내는건 엄청난 민폐일 뿐더러, 무엇보다 새벽녘의 '고요함'을 해치는 일일테니

예치기 고장난 일이 차라리 잘 되었다. (기계 소리를 음악 소리로 바꾸는 그런 스마트한 신기술은 없는가? 아무튼..)


쇠와 풀이 부딪혀 내는 '울림'

호미질이 또는 레이크질이 '쇠와 흙'이 부딪혀 '스렁스렁' 소리를 낸다면, 낫은 '쇠와 풀'이 부딪혀 소리를 낸다. 그 소리는 '쓱'에 가깝기도 하고, '싹'에 가깝기도 하다. 작업은 더디고 힘이 들지만, (솔직히 예치기 생각이 많이 나기도 했다. 예치기라면 진작에 다 베었을 것을 이렇게 엎드려 모기와 싸워가며 왜 이러고 있는지..) 기계의 속도가 아닌 내 몸의 속도에 맞출 수 있고, '쇠와 풀'이 부딪혀 내는 잔잔한 울림도 좋았다.


멋기게 칼질하는 쉐프처럼

숙련된 쉐프가 칼질 하는 모습을 언젠가 본 적이 있다. '다다닥!' 쉐프가 도마위를 빠르게 스쳐가며 순식간에 야채를 자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고 멋져보였다. 단순히 '야채를 자른다'라기 보다는 춤사위 같기도 하고, 눈도 귀도 즐거운 '퍼포먼스'에 가까운..


낫질도 그리 할 수는 없을까? 

그렇다면 낫질도 그냥 '일'이 아니라 하나의 '춤이고 예술'일텐데..

''꽃 처럼 열심'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빛 그림_07.19  (0) 2015.07.26
작업일지_07.23(목)  (0) 2015.07.23
작업일지_07.21(화)  (0) 2015.07.21
작업일지_07.20(월)  (0) 2015.07.20
작업일지_07.15(화)  (0) 2015.07.15